기도
시와함께 2006/12/06 16:54
쫓기는 듯이 살고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 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위에
어린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 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 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 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 정 채봉 時 .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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