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아고에서 권영무가 보내준 메일)
아름다운 이야기
네 쌍둥이 자매가 한날 한시에 자신들이 태어난 병원의 간호사가 됐다.
인천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 본관 12층 대강당 최근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이 병원에서 첫 근무하게 된 42 명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황
슬·설·솔·밀 자매 가운데 맏이 슬이가 가천 길재단 이길여 회장 앞에서
신고식을 겸해 감사 편지를 읽었다.
▲ 황설·밀·솔·슬(왼쪽부터) 자매는 이곳 길병원에서 첫 울음을
울었었다. 그리고 21 년 뒤 태어난 병원에서 간호사로 나란히
사회 첫 걸음을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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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쌍둥이와 길병원의 인연은 21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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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심씨는 결혼 5년째인 1988년 말, 둘 째가 임신된 것 같아 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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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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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놀랍게도 70만분의 1 확률이라는 네쌍둥이. 월세 2만원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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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에서 살던 부부에게 병원은 "하나만 낳고 나머지는 포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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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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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부는 모두 낳기로 하고 이씨의 친정이 있는 인천의 한 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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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그런데 출산 예정일 전에 양수가 터졌다. 당황한 병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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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큐베이터가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고, 이씨는 길병원으로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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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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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2 시간여 전인 오전 7시쯤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곳 의료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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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인천에서는 처음인 네 쌍둥이,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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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진료 기록도 없이 산모만 급하게 실려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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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실 걱정스러웠어요. 우리 병원에서도 네 쌍둥이는 처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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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으니까요. 게다가 진료 기록도 없고, 아기는 당장 나오게 생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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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고심 끝에 제왕절개 출산을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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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14분 첫째 슬이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20 여분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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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셋이 뒤를 이었다. 한동안 산모의 출혈이 멈추지않아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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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긴장했지만 재수술을 거치며 무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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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출산 다음날 입원실로 찾아와 산모를 위로하고 신생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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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큐베이터에 누워있는 네 쌍둥이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조르르 누워있는 걸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
인천에서는 처음 나온 네 쌍둥이였는데 어쩌면 저렇게들 올망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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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생겼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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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산모의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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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산모와 아이들이 퇴원할 때 이 이사장은 수술비와 인큐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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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비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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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강보에 싸인 채 나란히 누워있는 네 아이와 기념 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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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산모에게 네 아이가 대학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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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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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출생 당시의 네쌍둥이와 이길여 길병원 이사장
그러나 그 뒤 이 이사장은 바쁜 생활 속에 이들을 잊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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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2006년 사진첩을 정리하던 중 네쌍둥이가 퇴원 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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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그때 약속이 떠올라 이들 가족을 수소문했다.
황씨 가족은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었다. 황씨는 광부를 그만둔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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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와 노동일 등을 하고 있었고, 집안은 생활 보호 대상자로 지정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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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큼 어려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쌍둥이 자매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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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을 도맡아 하고 학교 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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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4명 모두 각종 태권도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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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실력을 갖췄다.
어린 시절의 꿈은 다양했지만 4명 모두 ’백의의 천사’라는 같은 꿈을 -
이루기 위해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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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합격, 4명 모두 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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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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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모두 간호학과에 간 것은 길병원 퇴원 때 이 이사장이 농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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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돼 고마움을 사회에 갚게 하시라"고 했던 말을 부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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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새겨두었다가 가족회의를 거쳐 결정한 일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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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은 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던 이들에게 다시 행운이 날아
들었다. 2007년 이들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월 10일 이 이사장은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해 18년 전 약속을 지켰다.
그 자리에서 학비를 계속 대주기로 한 이 이사장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주겠다" 는
두 번째 약속을 했다.
네 자매는 올해 1월 치러진 제 50회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했다
는 통보를 받았다. 어머니 이 씨는 “4명 중 하나라도 떨어질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네 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하자 이 이사장은 약속대로
이들을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했다. 이 이사장은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네 쌍둥이를 건강하게 키워낸 엄마가 훌륭하다”며 “길병원에서
태어나 간호사로 되돌아온 네 쌍둥이들이 나이팅게일 선서의 가르침대로
훌륭한 간호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네 쌍둥이가 우리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병동을 다니면서 환자를 보는 줄 알 거야.”
이 이사장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켰듯이
네 쌍둥이의 맏이인 황 슬 씨는 “ 이길여 이사장님께서 저희와의 약속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열심히 섬기는 가슴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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