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왜 생강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1. 생강이 임산부나 암환자의 구토에 효과 있다고?
보도에 의하면, 이태리 나폴리대학의 프란체스카 보렐리 박사팀은 작년에 미국의《산부인과학》저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429명의 입덧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생강이 임신초기의 입덧(오심 구토 헛구역질 등)을 진정시키는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 미국 미시간대학 종합 암 센타 수재크지크 박사는 10개 의료기관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 중 항구토제 투여에도 구토가 진정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생강이든 캡슐을 복용케 해서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생강이 혈관을 확장시켜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도 했다.
2. 생강 받고 왕에게 신고 안 해 탄핵받은 신하
논어(論語)》향당(鄕黨)편에는 공자(孔子)가“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생강을 먹었다(不撤生薑,不多食)”는 기록이 있다.
주자(朱子)가 여기에 주석을 달기를“생강은 정신을 맑게 통하게 하며, 더럽고 나쁜 기운을 없앤다(薑,通神明,去穢惡,故不撤)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태종 조에는 심종(沈悰)이란 자가 제3대 태종(이방원)의 친형인 회안대군 방간(芳幹)에게 몰래 생강을 받고 이를 태종에게 아뢰지 않았다가 사헌부의 탄핵을 받는다. 당시 방간은 이른 바 "제2차 왕자의 난"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권력투쟁에서 패배, 동생 방원에게 밀려나 역적으로 몰린 상황이었다.
옛 말에 반란이든 혁명이든 쿠데타가 성공하면 천하의 충신이요, 실패하면 만고의 역적이 된다 하지 않았던가(成則公侯,敗則賊子) 또 중종 조에도 세자가 앞서 말한 공자의 고사를 인용하여 동궁전에 근무하는 관속들을 위로하는 편지를 써서 생강과 함께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생강이 상당히 값진 선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3. 아라비안나이트에도 나오는 신이 내린 정력제
생강의 원산지는 인도다.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는 생강을“신이 내린 치료제”로서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생강을 소화제와 구풍제(驅風劑)로 언급한 바 있고, 아라비안나이트에는 정력제로 등장한다.
대체로 기원 전후에 아라비아 상인들이 유럽에 소개했고, 9세기 이후에는 향신료로 쓰이기 시작했는데, 13세기 들어서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대륙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5세기경에 나온《춘추(春秋)》에 지금의 중국 사천성 지역에 생강이 많이 난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高麗史)》에도 생강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오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도 고려시대에 이미 생강이 유통되었던 것 같다.
4. 신장우루무치자치구와 생강의 관계?
약재로서의 기록은《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처음 나온다.
당시에는 생강(生薑)과 말린 생강(乾薑)의 구분이 없이 건강으로만 통칭했고,
《본초경집주(本草經集注》에서 구분하기 시작했다.
생강은 사기가 체표에 머문 증세(外表證)을 치료하며 온갖 사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그것이‘변방을 굳건하게 지키는’모습과 유사하다고 해서 지경, 변방을 뜻하는 강(疆)의 뜻과 동의어로도 쓰인 강(彊) 혹은 굳세다는 뜻의 강(姜)이나 (薑)자를 썼다고 한다.
18세기 후반 청나라 때 새로이 합병되어‘새로운 국경’이란 뜻의 이름을 갖게 된 중국 북서 쪽 끝의 신강성(新疆省)이 바로
이 지경 강(疆)자를 쓴다.
5. 생강 1g을 씹기만 해도 혈압이 오른다?
생강은 성분의 절반가량이 전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운 맛을 내는 성분으로는 진저론, 진저롤, 쇼가올 등이 있다.
시트랄, 캄펜 등 40여 종의 방향성분은 소화를 촉진 시키는 작용을 한다.
현대적인 약리작용으로는 소화계통에서 위산과 위액의 분비를 조절하는 작용이 있고,
구토를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항균작용도 있다.
생선회를 먹을 때에 깻잎을 먹는 건 소화촉진의 뜻이지만,
생강을 먹는 것은 소화와 항균을 같이 돌보는 것이다.
정상인이 생강 1g을 삼키지않고 씹기만해도, 수축기 혈압이 평균 11.2 mmhg정도 상승하고,
이완기는 14 mmhg 정도 상승하는 작용이 있다는 실험보고도 있다.
동물 실험을 해보면 운동중추와 호흡중추를 흥분 시키는 작용을 한다.
6. 구토를 그치게 하는 성스러운 약(嘔家의 聖藥)
한의학적으로 생강은 맵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폐와 비장 위장의 3경으로 들어간다. 약성이 맵고 따뜻하니 땀을 내어 체표의 사기를 걷어내는데 도움이 된다.(發汗解表)
위장을 비롯한 중초의 소화계통을 덥혀서 상부로 치받아 올라오는 기운을 억누르고 구토를 억제하는 작용도 있어(溫中止嘔)
구토를 멈추게 하는 데는 성스러울 정도의 힘이 있다하여“구가의 성약(嘔家聖藥)”이라고 불린다.
폐의 기운이 잘 돌고 폐에 침입한 사기를 몰아내어 기침을 멈추게도 한다(溫肺止咳).
또한 몸속에 있는 차갑고 습한 기운을 쳐내기도 하며(散寒除濕)
반하나 천남성의 독을 풀거나 꽃게의 독을 푸는 작용도 있다.
7. 자기 전에 무를 먹고, 아침엔 생강을 먹어라!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의 한 사람인 이동원(李東垣)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 전에는 무를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생강을 먹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생강이 능히 위의 기운을 열고, 무는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俗言上床蘿葍下床薑,薑能開胃,蘿葍能消食)”
생강의 매운 맛과 흩어지는 기운이 오미(五味)를 조화시키고 중초를 데워 위의 기운을 북돋우어
식욕을 증진 시키고, 소화흡수를 촉진시킨다고 본 것이다.
생강은 맵고 발산하는 성질이 있어 양(陽)적이고, 대추의 수렴하는 성질은 음(陰)에 가깝다.
따라서 천지만물의 기가 수렴하는 밤에 생강을 먹는 것은 음양의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다.
우리가 보약을 지을 때에 그야말로“약방에 감초”처럼 생강과 대추를 조합(薑棗組)하여 넣는 것은 바로 생강과 대추가 식욕을 증가 시키고 소화흡수를 증가시켜서 보약의 효과가 확실해지도록 하기 위함일 뿐 아니라, 음양과 기혈의 조화(剛柔相濟)를 꾀하는 뜻도 있다.
8. 소모적인 밥그릇 싸움 보다 생산적, 합리적인 논쟁을!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 덩어리에 인구가 1억이 채 되지 않는데도,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는 자연히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과학적 논의의 대상을 합리적인 논증을 통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으로 도출하기 보다는, 자파의 당파적 이익에 따른 정치적인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시켜 버리는 예가 허다하다.
연전에 있었던 이른 바 “한약분쟁”이 대표적인 예이고 한, 양방간 일원화니 이원화니 하는 소모적 논쟁 역시 상궤(常軌)를 일탈하여 밥그릇 싸움의 양태로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어느 한의사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하자. “아까 말한 이태리와 미국 대학의 생강 관련 연구는 가소롭다. 우리 한의학에서는 수 천년 간의 사람에 대한 임상경험을 통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중국 동한말년(東漢末年)에 나온 의성(醫聖) 장중경(張仲景)의《상한론(傷寒論)》에 양 대학 연구팀의 결과가 다 나와 있다” 그러면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도 발끈하겠지. “무슨 소리! 약성(藥性)이니, 기미(氣味)니, 귀경(歸經)이니 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듯 한 소리 말고 엄밀한 서양과학적인 검증을 받아라.”
여기서 동서양 과학의 우열을 논할 생각이나, 황희 정승 식으로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을 펼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 그래서도 아니 된다. 누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동서문명이 만나는 거대한 문명사적 조류의 한 복판에 이미 서 있다.
9. 양자역학의 창시자 하이젠베르크는 말한다.
“문명의 교차점에 풍성한 수확이...”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인류의 사상사에 있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사상조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가장 풍요로운 발전이 자주 이루어진다."
한류와 난류가 섞이며 어장(漁場)이 형성되는 자연스런 현상을 인위적으로 거스를 수 없고, 또 그 속에서 풍성한 어족(魚族)이 자생하듯이, 동서문명의 만남의 장 속에서 동서의학의 교류 역시 성숙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태리 보렐리 박사나 미국의 지크 박사의 임상실험은 아마도 동양의학의 생강에 관한 논의를 빌어 착안했지 싶다.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양에 악수를 청한 것이다.
동서고금이 이렇게 자유로운 대화를 시도한 예는 없었다. 유사이래 유례가 없는 이러한 파천황(破天荒)적 시도가 성숙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동양의학 전공자들도 제국주의적 침탈의 기세로 몰려오는 서양과학의 거대한 힘에 주눅들어 국수주의적인 피해의식으로 척화비(斥和碑)를 세워서는 안 된다. “너희들의 세계관으로 보는 인체와 우리 언어로 보는 인체가 어떠한지 비교해보자”는 허심한 자세로 그들이 내민 손을 꽉 잡아주며 화답해야 한다. 굳이 문화 상대주의니 하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서양의학자들 역시 타 문명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태도가 절실하다.
오동나무 잎 새 하나가 떨어지는 걸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온 것을 알고 (一葉落知天下秋), 조그만 연장 하나 바뀌는 걸 보고도 거대한 문명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했다.
지금 우리는 생강이라는 일개 약용식물의 뿌리에 관한 논의 하나를 보면서, 수천년간 독자성을 유지해온 양대 문명 고유의 사유구조가 21세기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어떻게 창조적으로 융합되고 있는가를 목도(目睹)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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