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식물

[스크랩] 겁도 없이 `범 꼬리`에 매달린 매미

원고리 2013. 4. 23. 23:15

 

범의 꼬리, 청 꼬리, 부처 꽃, 냉초, 노루오줌 등이 그것입니다.

이 꽃들은 꼿꼿하게 얼굴을 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무더위에 지칠 만도 하련만 끈덕지게 꽃을 피우며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 이름의 비해 곱기 그지없는 범의 꼬리

 

 

 

범의 꼬리는 이름과는 달리 소박하고 귀여운 꽃입니다.

보송한 털 사이로 삐쭉이 꼬리를 곧추세우고 송이송이 피어납니다.

범이 실눈을 감고 수풀 속을 내려다보듯 서늘하게 피어납니다.

천국계단을 쌓아올리며 줄기차게 피어오르다 연분홍 꽃물에 바람이라도 스치면

 발레리나가 턴할 때처럼 꽃 자락이 빙그르르 돌아갑니다.

어찌된 일인지 매미 한 마리 겁도 없이 범 꼬리 끝에 앉아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백수의 왕이며 산중 신령의 어르신임을 매미가 모를까마는 버릇없이 날개를 털며 범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알기를 우습게 아는 세상이고 보면 매미마저 산중의 왕 알기를

새 발의 피로 업수이 보는가 싶어 웃음이 절로 나올 뿐입니다.

▲ 겁도 없이 말매미가 범꼬리 끝에 앉아 코털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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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뜰 밖 샘터에 밤마다 노루가 내려와 옹달샘을 마시고 놀다 새벽이면 산으로 올라갑니다.

한밤중 노루가 내려오면 우리 집 마루와 달롱이가 먼저, 다음엔 옆집 몽돌이와 숫돌이가,

또 그 다음엔 온 동네 개들이 따라서 짖어댑니다. 그러면 노루는 캥캥거리며 오줌을 질금거리고,

오줌 눈 자리마다 노루오줌이 발갛게 피어오릅니다.

노루는 보기만 해도 재수가 없다 하고 요즘 들어 콩밭, 논바닥에 들어가 시도 때도 없이

분탕질을 치는 바람에 농부들에겐 원수덩어리이지만, 난 노루오줌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노루오줌은 고약한 지린내를 풍긴다지만 핑크빛 꽃물에선 향긋한 냄새가 솟아납니다.

물기가 있는 곳을 좋아해 그런지 꽃빛도 물색만큼이나 수수하고 투박스럽습니다.

▲ 노루오줌에선 향기로운 냄새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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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유별나게 키가 훌쩍한 꽃들이 있습니다. '냉초'와 '청 꼬리'입니다.

원한 바람을 일으켜내는 이 꽃들은 보기만 해도 서늘합니다.

뜨거운 여름에도 서릿발처럼 차갑고 매몰찬 여인을 닮았다고나 할까.

함부로 대하다간 큰 코 다칠 것만 같아 여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냉초는 냉을 다스려 임신을 시켜주는 꽃이라 전해오고 있으니 여인들의 꽃이기도 합니다.

             ▲ 매몰찬 여인들의 꽃 냉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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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초는 꼿꼿한 데 반해 청 꼬리는 땅을 향해 긴 꼬리를 늘어뜨리며 피어납니다.

냉초는 잎이 단순한 데 비해 청 꼬리는 복잡한 게 차이점입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같은 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꼬리로만 따지자면 청 꼬리가 가장 길어 목이 긴 미인을 보듯 서늘해옵니다.

       ▲ 목이 긴 여인을 보듯 서늘한 청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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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로 피어나는 꽃이 여기 또 있습니다. 지난 8일은 입추이면서 백중날이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땐 부처님이 사바세계를 떠도는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 피처럼 붉은 꽃을 피워냅니다.

붉은 웃음 속에 사랑을 가득 머금고 피어나는 꽃이 부처 꽃입니다.

마음을 낮은 곳으로 비우고 서로를 사랑하고 나누어 가지라며 붉은 얼굴을 하늘에 걸어놓습니다.

잔잔한 웃음으로 더위를 식혀내다 어느 날 갑자기 빨간 연등 하나 달아놓고

가을바람을 돌려 앉혀 놓습니다.

        ▲ 세상을 환하게 밝혀내는 부처꽃
 

 

 

출처 : 김종대카페
글쓴이 : 김종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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