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 알아요? 내가 거기 나왔었는데 한 번 보세요."
기자의 취재 전화를 받은 삼성SDS 최윤호 수석이 대뜸 한 말이다.
암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2004년이었다. 새로운 사업단을 맡아 의욕에 넘쳐 일하고 있을 때였다. 몸이 이상해서 검진을 받아 보니 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진단을 받는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왜 하필 나야! 이런 XXX, 처음에는 화만 났었다."
최 수석은 대장을 모두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몸의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수술 후 열흘 만에 회사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2008년 또 다른 암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간이었다. 간의 60%를 제거하는 큰 수술이었다. 유언장도 썼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현대 의학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스스로 이겨 보겠다며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공부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나보고 별종이라고 해요. 의사들도 날 보면 웃어요. 병원에서 MRI 사진 같은 건 의사랑 같이 봅니다. 공부를 워낙 많이 해서 어느 정도 볼 수 있거든요."
이쯤 되니 암이라는 병이 더는 겁나지 않았다. 두 번이나 기적처럼 다시 일어났고 회사로 복귀했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 그에게 또다시 시련이 닥쳤다. 교모세포종이라는 뇌종양이었다. 귀 뒤쪽인 소뇌에 생기는 병으로 재발률이 높고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8월에 수술했지만 재발하는 바람에 11월에 재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2월까지 요양병원에서 요양하며 몸을 추슬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는 다시 일어났다. 그것도 삼성SDS 미래 사업 아이템을 들고서...
보통사람 같으면 여러 번의 수술과 병치레 때문에 일을 그만둘 법도 한데, 최 수석은 매번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일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데요. 일하는 건 어울림이라는 즐거움을 느끼는 거예요. 혼자 누워 있으면 누가 말이나 걸어주나요. 그렇게 누워 있다간 금방 갑니다. 아프기 전에는 욕심으로 일했는데 이제는 즐거움으로 일해요. 아프기 전에는 욕심 때문에 진짜 일만 했어요. 인제 와서 못해본 것들이 너무 아쉬운 거죠. 그래서 그때 못 한 거까지 다 하느라 지금 너무 바쁘잖아요.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고 죽지도 못합니다. 하하."
최 수석의 주식은 흑마늘이다. 흑마늘을 만들기 위해 그의 아내가 매일 마늘을 까고 보름 동안 발효시키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다. 생식, 홍삼 등도 속이 얼얼하도록 먹는다. 저녁 시간 회사 앞에서 슬며시 풍겨 오는 김치찌개 냄새를 맡으면 정말 먹고 싶지만, 건강을 위해 참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탄산음료를 마신다. 가끔 먹고 싶은 것도 먹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