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변화와 희망’을 내걸고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 선출됐던 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미국 대선은 빈부(貧富) 인종 성(性) 종교가 대립하며 극심한 갈등 속에서 치러졌다. 민주당의 오바마와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실업률이 8%를 넘나들 정도로 악화된 경제난의 해법을 놓고도 난타전을 벌였다. 오바마는 어제 당선 연설에서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으로 흥망성쇠를 함께할 것”이라며 선거로 갈라진 미국의 통합을 역설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변화의 기로에서 오바마의 안정적인 리더십을 선택했다.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대통령이 됨으로써 국경과 인종의 벽을 허문 그에게 4년 더 국가운영의 책무를 맡겼다. 오바마는 선거 막바지 허리케인 샌디가 몰고 온 국가재난 상황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표심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오바마의 재선은 중국의 시진핑 체제 10년 출범과 맞물려 세계 질서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을 의미한다.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선회한 미국과 G2로 부상한 중국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에 따라 국제무대의 풍향이 달라진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이를 의식해 어제 오바마의 재선을 축하하면서 “중국은 중-미 두 나라 국민과 세계에 이익을 주는 쪽으로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이 바뀌면 한국의 대외 환경은 격변한다. 다음 달 치러질 우리나라 18대 대선 당선자는 오바마와 시진핑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 양국의 리더십 변화에 맞설 전략과 정책 준비는 차기 대통령이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과제다. 가장 중요한 외교 파트너가 결정된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은 대미(對美) 대중(對中)외교의 큰 그림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 1기(期)와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 관계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발전시켰다. 북한 도발에 맞서 튼튼한 안보 공조를 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등 현안을 매끄럽게 해결했다. 오바마의 재선으로 미 행정부의 행보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미가 당장 논의해야 할 현안은 2014년 3월이면 효력이 다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오바마의 대(對)한반도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지는 차기 한국 정부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에도 오바마-시진핑 시대는 새로운 도전이다. 김정은이 진정으로 주민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할 생각이라면 두 강대국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오바마는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과거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도발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가 기존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을 유지하면 내년 한국 기업의 수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과 외환시장 불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대두에 따른 통상 마찰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미 FTA 재협상에 휘둘리기보다는 경제 회복을 위해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대미 경제정책이 최선이다.
중국은 앞으로 경제체질 개선과 빈부격차 해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므로 성장률이 7∼8%로 떨어지는 중(中)성장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중국과 한국 기업 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이 중국의 내수 중심 전략을 극복하려면 수출 지역과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대선후보 가운데 누가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변화가 초래할 영향과 충격을 면밀히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세계적인 격변의 시대를 맞아 유권자들이 국가 지도자를 얼마나 잘 고르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
<동아일보>
Lake Of Shadows(그림자의 호수) - 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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