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병의 근원, 탁한 피 막으려면
물이 지나는 수도관도 오래되면 묵은 찌꺼기가 생긴다.
시원하게 흘러야 할 물이 흐르지 못하면
탁해져 악취가 나기 십상이다.
몸도 마찬가지다.
쉬지 않고 순환해야 할 혈액에 문제가 생기면
온몸에 문제가 생긴다.
건강의 젖줄, 혈액의 건강에 대해 알아보자.
물고기가 물 없이는 살 수 없듯 사람도 혈액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혈액은
폐로 들어온 산소와 소화기관으로 흡수한 영양소를
전신의 모든 세포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세포에서 만들어진 탄산가스와 노폐물을 운반해
몸 밖으로 배설되게끔 하는 것도 혈액이다.
혈액이 탁해지면
온몸의 세포와 그 세포로 구성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혈액은
적혈구·백혈구·혈소판·혈장으로 이뤄진 액체다.
적혈구는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백혈구는
외부에서 침입한 해로운 미생물과 이물질을 죽인다.
혈소판은
피를 멈추게 하며, 혈장은 수분과 영양소·노폐물을
운반하는 액체다.
혈액은 체중의 약 8%를 차지하며 성인은
보통 4~6L의 혈액량이 있다.
사고로 피를 너무 많이 흘리지 않는 한
혈액량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걸쭉한 피, 혈전 만들어 생명 위협
혈액도 노화할까.
경희의료원 종양혈액내과 윤휘중 교수는
“혈액을 만드는 골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노인이 됐다고 해서 혈액을 새로 만드는 능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면서
“다만 나이가 들면서 콜레스테롤과 당이 늘어나
혈액의 성분이 변할 수는 있다.” 고 했다.
성인의 혈액은
추골·흉골·늑골 등 뼈 속에서 만들어진다.
혈액은 성분에 따라 수명이 다르다.
적혈구는 100~120일,
백혈구는 2주,
혈소판은 며칠,
림프구는 몇 시간을 버티다 파괴된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혈액을 건강하게 유지한다.
혈액은 맑고 깨끗해야 순환이 잘 된다.
혈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의 과잉이다.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지질(기름)이 많아져
걸쭉해진 혈액은 혈관 안을 빠르게 흐르기 어렵다.
심장이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밀어내야 하므로
혈압이 상승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 피 떡이라 부르는
혈전(혈액덩어리)을 만들기 쉽다.
혈전은 몸 속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시한폭탄처럼 생명을 노린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혈액의 상태가 직접적인 증상을 일으키기보다
혈관에 영향을 주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고 했다.
건강한 혈관은 고무호스처럼 유연하나
나이를 먹으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약해진다.
그 길로 걸쭉한 혈액이 흐르다가 혈관 내벽에
상처가 나면 콜레스테롤이 쌓인다.
혈관 내벽이 점차 부풀다가 동맥경화가 가속화되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졸중 등
국내 사망원인 2~3위인
뇌혈관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에너지가 되지 않는 지질 성분으로 혈액에 의해 운반된다.
70~80%는 간에서 만들어지고 나머지는 음식물로 섭취된다.
과식하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우리 몸은 원래 콜레스테롤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과식과 과음· 운동부족·스트레스 등이 반복되면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기 시작한다.
혈액에 포도당(혈당)이 필요 이상으로 축적된 상태인
당뇨병과 고혈압·비만 등의 생활습관병도
혈액을 탁하게 하는 주범들이다.
한의학에서는
몸 속 혈액의 흐름이 정체돼 노폐물이 많아지는 상태를
어혈(瘀血)이라 부르고 만병의 근원으로 본다.
여기서 어(瘀)는 머무른다는 뜻이다.
손발이 저리고 아랫배가 더부룩하며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순환장애인 어혈은 온도가 낮아지고 활동이 줄어드는
밤 시간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경희의료원 한방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묵은 찌꺼기를 계속 두면
엉기고 달라붙어 순환장애를 가속 시킨다.”
며 “어혈이 생기면 오장육부의 균형이 무너져
심각한 질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벌침, 부황으로 경혈 자극
혈액을 맑고 깨끗하게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재동 교수는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며
올바른 식습관과 수면 형태,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법 등을 통해
평소 면역기능을 키우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싱싱한 채소나 과일에 든 베타카로틴이나 루테인·
리코펜 등 항산화 성분이 혈액을 정화시킨다.
수영이나 등산 등 유산소운동으로 몸의 노폐물을 배설하고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목욕도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효과적이다.
이때 체내 수분이 소실돼 혈액이 끈끈해질 수 있으므로
중간 중간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좋다.
한방에서 봉독(벌침)이나 부항치료·한약으로
경락을 자극하고 어혈을 풀어낸다.
혈액이 온몸을 잘 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헌혈을 하면 혈액이 맑아질까.
이상철 교수는
“몸 밖으로 피를 빼내는 사혈은 고대부터 이어온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지만 혈액을 맑게 할
목적으로는 효과적이지 않다.” 고 했다.
적은 양의 혈액으론 온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뿐 아니라, 사혈을 많이 했다간
자칫 혈액 부족으로 사망할 수 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염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2L의 혈액을 사혈했다가
사망했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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