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천국으로 들어섰다.
내 눈으로 직접 느껴보기
전에는 절대 감정표시를 잘하지 않는 나는 그 때이곳이 우리를 받아주는 조국이라는 감동 속에서만 가슴이 울렁거렸다.
젖었던 그것은 봄눈같이 사그러져들고 중국을 대비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황홀한 광경에 내 입에서는 “아, 아” 하는 신음 같은 작은 소음이 새어나왔다.
백년을 앞선 곳으로
단숨에 다달았으니 내 외침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우리들의 건강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검진을 시작했다. 세심한 검진이시작되었고 이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설비들 앞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밀수해 들어오는 흔한 정통편
(正痛片:중국산 두통약)으로 아픔을 달래시다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폭포치듯 흘러내렸다.
품어준 곳이기도 했다.
수천 리 길을 헤쳐온 우리들의 수난의 옷들은속옷부터 시작해서 겉옷, 신발, 머리띠까지도 세세낱낱이 바뀌어졌다.
나는 그때 내가 입은 모든 옷들을 속옷부터 겉옷, 신발, 생활필수품 모두
개수를 세어보았다 모두 세어보니 40여 가지가 되는 것 같았다. 그 모든
것들을 국민의 부담으로 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배려해주었다.
같은 것은 시키지 않았다.
500g 간식 한 봉지를 주고도 김일성, 김정일의초상화 앞에서 군침을 삼키며 먼저 인사를 해야 했던 우리들.
빼앗긴 것이 더 많건만 적게 차려지는 그것조차도 선물이 되어 90도로 허리를
굽혀 감격해해야 했던 어제날들이 허거프게 안겨왔다. 국정원에서의 조사를
마치고 선생님들의 따뜻한 바래움 속에서 이제 우리가 살아갈 삶의 진로를
가르쳐주는 하나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
으로서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이 한국사이라고 생각했으며 한국사 교과서를 꼼꼼히 체크해가면서 역사적인 연대(年代)들과 시기들을
수첩에 적어놓기도 했다.
목이 메여
눈물을 흘렸다.지난 시간들, 죽음과도
같은 탈출의 길에서 헤쳐온 가시덤불길들, 그 모든것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내 마음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주민등록번호가 내
심장의 한 곳에 소중히 자리잡았다.
꾸려진 집, 바닥과 천정, 기
술적으로 잘 계산되어 있는 집은 종합적으로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내 마음에 꼭 들었다. 꾸릴 수 없어
꾸리지 못했던 북한의 창고 같은 집들이 떠올랐다.
이제 그 집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싫다. 아무것도 없는 집이지만 푸근함이확 밀려왔다. 황홀한 나의 삶의 거처지, 나의 집 만세를 부르고 싶다.
스위치를 누르니
“쿠쿠가 맛있는 밥을 시작합니다” 하는 소리가 노래처럼 내 귀를 간지럽힌다.
아- 나는 행복하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하며 일부러
전자레인지를 켜본다. 신비해서, 어쩔 줄 모른다.
상쾌함을 만끽한다. 설거지
대의 온수에 손을 잠그고 이윽토록 말없이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물이 고이기 힘든 우물바닥을 모래와 함께 퍼내던 일, 물 한 바케츠를 위해 밤잠을 자지 못하고 달과 함께 우물가를
지켜서던 밤들, 어쩌다 나오는 수돗물에서 지렁이와 거머리를 건져내며
그 물을 그대로 마시면서도 다행으로 여겼다.
아래서 내내 자욱한 방 안
에서 추위에 떨며 찬물에 손 담그던 일, 그 모든악몽(惡夢)과도 같은 것을 말끔히 쓸어버린 대한민국의 나의 집.
열렬히 선전한
3대기술혁명의 만세가 전기밥가마 한 개도 해결하지못한 북한이 아니라 이 대한민국에서 이미 오래 전에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없는 이상한 부름말로 전기를
보는 것이 소원이어서 명절이 오기를 애타게기다리던 북한 인민들의 모습이 하루 종일 켜도 깜박하지 않는 TV 앞에서
설움을 불러내고 있다.
싶다. 도로는 나라의 얼굴이라
고 일컫는다. 대한민국의 도로들은 신화적인도로였다. 공중에 선 도로들, 그 위로 달리고 있는 물매미같이 반들거리는
자동차들. 이것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것이 너무 흔해서
무엇부터 입으로 가져갈지 생각이 나지 않는 날들, 그음식들 앞에서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삼백만의 굶어죽음 속에 합쳐진 내 친척들, 내 고향의 어린이들과 노인네들,
쌀이 없어 갓난아기를 업고 밥가마 앞에서 눈물을 짜던 나의 동생도.
그 모든 것이 내 설움을 불러와 통곡을 터뜨리게 했다.
위한 혜택,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파트들마다에 있고 노인네들이들러 쉼할 긴 벤치들이 거리의 곳곳 아파트의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천국(天國)이다.
나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들어섰다. 천국에서도 열심히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모든 것이 내 몫이다.
이루지 못했던 것을 꼭 이루기 위해 각
오하고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통일작가(統一作家)로 나의 생(生)을 빛내고 싶다.
'일반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주막집 여인의 유혹 (0) | 2015.01.01 |
---|---|
[스크랩] 2015년의 세계--The World in 2015 (0) | 2015.01.01 |
[스크랩] 삼성그룹 메시지/허준 말씀/명하 창세기 (0) | 2014.12.30 |
[스크랩] 오늘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외2편 (0) | 2014.12.30 |
[스크랩] Dani Lary Magic - Le Taj Mahal (0) | 2014.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