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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리 2016. 3. 29. 22:03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한


 


저녁 숲 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 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므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 이었으면 싶어


화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 였음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 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 이었으면 좋겠어


이 세상 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 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 처럼

늙어 갈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채

우리 서로 물이되어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면 좋겠어


이렇게 손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을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 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출처 : 개내(gaenea)
글쓴이 : joolycho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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