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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후여담> 스위스의 선택

원고리 2016. 10. 4. 20:20
<오후여담>   스위스의 선택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공짜처럼 보여도 나중에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운이 좋아 공짜를 즐긴 사람이 아닌 다른 그 누군가가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어쨌든 진짜 공짜는 없다. 그럼에도 공짜를 좋아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심리다. 오죽하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생겨났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공짜심리는 집단적일 때 좀 더 파괴적이다. 집단심리가
양심도 염치도 지워버리고, 또 다른 ‘권리’를 만들어내는 요술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위스 국민이 25일 국민연금 지급액 10%를 올리는 ‘국가연금
(AHV)플러스’ 법안을 국민투표에서 반대 59.4%로 부결시켰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40억 스위스프랑(약 4조57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결국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즉, 눈앞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선택
한 것이었다. 스위스 국민의 포퓰리즘 법안 거부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6월에는 18세 이상 성인에겐 2500프랑(약 300만 원), 18세 이하
에겐 650프랑(약 78만 원)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 소득법’안을
국민투표로 부결시켰으며, 2012년에는 6주 유급 휴가 법안도 부결시킨
바 있다.

스위스는 공용어만도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등 4개인
다민족 국가다. 그러나 민족분리운동이 전혀 없다. 직접민주주의 국가
답게 1년에 3∼4번씩 한 번에 3∼4개의 법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
한다.

그리고 실질 권력은 임기 4년의 연방평의회 위원 7명에게 있으며, 대통
령은 이들 7명이 임기 1년 단위로 돌아가면서 한다. 그런데도 정치적
혼란이 없다.

20세기 초반 많은 유럽 국가가 파시즘과 공산주의 ‘홍역’에 휩싸여 있었
을 때도 정치적 안정을 누렸다. 독일계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
도 이웃 오스트리아와는 달리 나치즘이 발을 붙이지 못했다.

스위스의 선택을 보면 민주주의는 ‘교양 있는 시민’을 전제로만 번영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점은
스위스는 1989년 의무병역제 폐지법안도 국민투표로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징병 예비군 중심의 스위스는 전투 화기를 집에 보관하고 있는 ‘무장한
자유인의 연합’이다.




출처 : 조 쿠먼
글쓴이 : 조 쿠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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