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 개신교

[스크랩] 한국 세 번째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

원고리 2014. 1. 20. 20:38

“한국에 새로운 축복의 빛이 내려왔다”


 

또 한 명의 한국인 추기경이 탄생했다. 천주교 염수정 서울대교구장(71)이 한국의 새 추기경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염수정 대주교를 포함해 19명의 새 추기경을 지명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1969년)과 정진석 추기경(2006년)에 이은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이다. 추기경 서임식은 2월 22일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염 추기경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이라 교황 선출권도 갖는다. 정진석 추기경(83)은 교황 선출권이 없다.

염 추기경도 교황청의 지명 사실을 12일 오후 늦게야 알았을 정도로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서울대교구장 비서실장인 허영엽 신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구장님과 산책하다 오후 8시 20분경 외부 전화를 받으면서 추기경 지명 사실을 알았다”며 “교황청의 사전 연락도 없었고, 주한 교황청대사관이나 주교회의도 사실을 몰라 교황청 홈페이지를 통해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 지명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매우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소명이다. 주어진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고 허 신부가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축하식을 열 계획이다.

염 추기경은 옹기장이와 숯쟁이 신앙의 순교자 집안 출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3년 경기 안성에서 5남 3녀 중 여섯째(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8세기 한국 교회 초기 무렵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그의 집안은 박해를 피해 충북 진천에서 옹기를 굽는 ‘사기장골’에 살면서 신앙을 지켜냈다. 가톨릭교계에 따르면 염 추기경의 어머니는 임신한 순간부터 “아들이면 사제가, 딸이면 수녀가 되도록 성모님께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염 추기경 일가는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3형제 신부를 냈다. 염 추기경에 이어 동생 수완, 수의도 사제가 됐다. 염 추기경이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서울 동성중학교 재학 시절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다 가톨릭계의 한 잡지에서 소신학교(성신고등학교) 입학 안내문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70년에 가톨릭신학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12월에 사제가 됐다.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로 사제 생활을 시작했다. 평화방송 이사장,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을 맡았다.

서울대교구 주변에서는 염 추기경의 장점으로 친화력과 추진력을 꼽는다. 교구장을 맡은 뒤에는 신중하게 활동했지만 언제나 신자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신부로 사랑받아 왔다. 젊은 시절에는 축구를 좋아했고, 수영과 테니스, 스키에도 일가견이 있다. 교구장이지만 최창화 몬시뇰 등 동기 사제들과 여전히 격의 없이 어울리고,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날려 후배 신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일화도 있다.

염 추기경은 항상 기도하는 사제로 알려져 있다. 후배 신부들을 만나면 부족한 사람이 주교가 돼 하느님께 송구스럽다면서 늘 기도 속에서 하느님 도우심을 청했다.

“염수정 교구장은 한마디로 준비된 분이다. 신앙을 비롯한 좋은 의미에서 고집이 센 분이다.” 염 추기경의 신학교 동기 최창화 몬시뇰이 평소에 하는 말이다. 중도 보수 성향의 염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에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정의구현사제단 등의 정치 참여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500만 信者에 걸맞은 예우… 교황 방한 앞둔 ‘깜짝선물’?

 

한국의 새 추기경 임명은 500만 신자를 가진 한국 가톨릭의 높아진 위상과 교황 선출권이 있는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일각에선 이번에 지명된 염수정 서울 대교구장을 비롯해 김희중 광주 대교구장과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제주 교구장을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가톨릭 내에서는 가장 신자가 많고 수도에 있는 교구라는 점에서 서울 대교구장의 추기경 임명이 ‘순리’에 가깝다는 예측이 많았다.

가톨릭 사정에 밝은 한 중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분들을 후보로 놓고 있지만 염 교구장이 세 번째 추기경이 될 가능성이 지배적이었다”면서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에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최소한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시기로 봤지만 교황청은 지금을 그 시절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염 추기경은 지난해 전북 지역 일부 신부들의 정권 퇴진 촉구 미사로 촉발된 가톨릭 내부의 정치 참여 논란 당시에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는 신부의 몫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하지만 이는 복음적인 방법에 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교계에서는 교황청이 염 추기경을 지명한 것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안정과 염 추기경의 행보에 대한 묵시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염 추기경 지명 소식이 발표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에서는 최근 “교황청에 교황의 방한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인데 만일 방한이 이뤄진다면 시기는 올 8월이나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추기경 서임 발표가 교황의 방한을 앞둔 일종의 ‘선물’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교황은 노령을 감안해 보통 더운 여름과 겨울에는 여행을 삼가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출신인 만큼 8월 내한 가능성도 있다.

8월에는 대전 교구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린다. 10월에는 현재 교황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福者·‘성인’의 전 단계)로 추대하는 시복(諡福)식이 예정돼 있다. 교황이 8월에 내한할 경우 124위 시복식을 교황 내한 기간에 맞춰 앞당겨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교황이 방한한 것은 1984년 5월 한국 천주교 200주년과 1989년 10월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로 모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위 시기였다. 올해 방한이 이뤄지면 25년 만의 교황 방문이 이뤄지는 셈이다.

 

추기경의 역할과 임무는… 교황 보좌하는 가톨릭 최고위 성직자

 

추기경(樞機卿·Cardinalis)은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보좌하는 최측근이자 최고위 성직자다. 라틴어 명칭은 ‘Sacrae Romanae Ecclesiae Cardinalis’로 정확하게 말하면 “로마 교회의 추기경”이다. 이 용어는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540?∼604) 때 교회법 공식 용어로 채택됐다.

추기경이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가톨릭은 “사제 서품을 받은 이 가운데 신심과 학식, 품행을 갖추고 업무 처리 역량이 특출한 이를 교황이 자유로이 선발한다”고 밝혔다. 교황의 뜻에 따라 대주교나 주교가 아닌 일반 신부도 임명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교황이 후보자를 거명하면 추기경단이 토론하고 동의하는 절차가 있었으나, 현재는 형식적 절차로 남아 있다. 실질적으로 교황에게 전권이 부여돼 있다.

추기경의 신분상 직위는 종신직이나 80세가 되면 법률상 모든 실질 직무는 종료된다. 추기경의 가장 큰 권한은 교황 선출이다. 추기경 중에서 80세 미만의 추기경이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콘클라베(conclave)를 통해 새로운 교황을 뽑게 된다. 현재 전체 추기경은 199명. 이 가운데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107명이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19명 중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16명으로 다음 달 서임되면 교황 선출권이 있는 추기경은 123명으로 늘어난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소식이 전해진 12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400여 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마지막 미사가 시작됐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새로운 추기경 탄생을 모른 채 미사에 참석했다. 이날 미사 역시 추기경 서임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평소처럼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미사를 마치고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신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0년째 명동성당을 다니고 있다는 홍성연 씨(48)는 “천주교 신자로서 현직 대주교님이 추기경이 된 것이 너무 영광스럽다”며 “한국 천주교의 교세를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새로운 추기경이 탄생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박연숙 씨(57)도 “염 대주교님이 추기경에 올라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세계의 빛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홍순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한국과 한국 교회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라며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을 나누고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강조하는 바가 담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신달자 시인(71)은 “한국에 새로운 축복이 오는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추기경이 한 분 더 태어난 것은 우리 가톨릭계에 굉장한 축복이고 잔치”라며 “마음속에 있던 답답한 벽을 허무는 기분이 들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기쁘게 받아들일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57)도 “순리대로 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심어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염 대주교의 성탄 메시지를 언급하며 새로운 추기경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강 전 장관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야서 9장 1절)’라는 메시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어려운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새 추기경 탄생을 축하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오후 한때 ‘염수정’ ‘추기경’은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2, 3위를 기록했다. 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한국의 새로운 추기경에 서임된 염 대주교님께 축하를 보낸다”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하고 실천하는 추기경이 되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일부 신부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 염 대주교가 사제들의 정치 사회적 현안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일부 누리꾼은 “쫓기는 자 외면하지 마시길”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부정적 댓글이 오르자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추기경 서임은 종교 차원의 순수한 일이다” “보수나 진보에 편향됨이 없고 좌우를 아우르는 교계의 지도자가 되어 달라”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선 안 된다” 등의 반박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자료 : 동아일보>

출처 : 두 리 번
글쓴이 : haj406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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