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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치기

원고리 2014. 2. 14. 21:52

 
내가 어릴때 제일 재밌어 했던 놀이가 바로 자치기다.
요즘은 통 볼수도 없고
애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신기해하는 놀이다.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는 사실 
힘보다는 약간의 영악함도 통했다.
그러나 자치기는 달랐다.
힘으로 넘겨야 했던 놀이라
번번히 나보다 큰 형들에게 졌다.
 
그래서 어쩌다 재수좋게 형들을 이길라치면
그게 아마 희열이었던 것 같다.
 
 
자치기의 잣대는 잘 깎아야 했다.
손에 가시가 박히지 않게 매끈하게 다듬고
자는 양끝이 뾰족하게 깎았다.
잃어버리기 일쑤인 이 놀잇감은 그럴때마다
우리 할머니랑 친하게 지내던 남동할머니의 아들인 
수영이 아재가 깎아주었다.
 
동네 공터에서 자치기를 할량이면 딱하는 소리에
어느새 골목으로 들어가버리거나
남의 집 울타리를 넘어버리곤 했다.
 
온갖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자를 받기도 하지만
운이 나빠 무서운 집으로 들어가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래도 참 재밌었다.
다른 놀이는 개인기가 필요했지만
이 자치기는 편을 갈라 놀았는데
편끼리 서로 마음이 맞아야 했다.
 
도둑놈 자치기라는 것도 있었는데
자치기를 튕겨서 손으로 받아서
어디든지 뛰어갈 수 있는 놀이였다.
숨을 헉헉거리며 논두렁밭두렁을 지나 바위틈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새끼 자치기를 올려 놓으면
긴 장대로 자를 재어서 몇자인지 재곤했었다.
어쩌면 반나절이 걸리는 무모한 게임이었는데도
우린 그렇게 무모한 게임도 즐겨 했었다.
 
그때 누가 이기고 졌는지
누가 그 말도 되지않는 규정에 분통을 터뜨렸는지는
지금 와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땐 그 규칙들이 모두 통했고
나름대로 법보다 소중했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모두들 지키지 않는 그 무서운(?)법을
우린 그때 불문율처럼 지키려 애썼다.
 
놀이조차 혼자보다는 편을 나누어서 동료의식을
느끼는게 재밌었던지 모른다.
혼자일때는 쓸쓸하고 외롭다는 것을
나는 이때부터 배워가기 시작했을까?
 

출처 : 전주한옥마을 `전주문화기획`[김종대카페]
글쓴이 : 김종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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